충전 앱 지도를 열면 점이 빽빽합니다. 그런데 막상 가 보면 차단기가 내려가 있거나, 입구에 “입주민 외 이용 불가”가 붙어 있는 경험을 한 번쯤 하셨을 겁니다. 그게 운이 나빴던 건지, 아니면 원래 대부분이 그런 건지 궁금해서 전국 충전기를 전부 내려받아 세어 봤습니다.
2026년 9월 21일 기준으로 충전소 101,761곳 · 충전기 526,985대입니다. 표본이 아니라 전수입니다. 결론부터 적으면, 아무 제한 표시도 달려 있지 않은 충전기는 143,384대(27.2%) 였습니다.
한 줄 요약
충전기 기준으로는 네 대 중 세 대(72.8%)에 이용 제한이 표시되어 있고, 충전소(지도의 점) 기준으로는 두 곳 중 한 곳(56.3%)입니다. 그리고 그 표시 방식이 두 가지인데, 둘이 서로 어긋나는 충전기가 44,311대입니다.
충전기로 세느냐, 충전소로 세느냐
숫자를 적기 전에 단위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이 데이터에는 층위가 둘 있습니다 — 지도에 점으로 찍히는 충전소가 101,761곳이고, 그 안에 꽂혀 있는 충전기가 526,985대입니다. 제한은 충전기마다 붙습니다.
- 충전기 기준 — 제한 표시가 있는 것 383,601대 (72.8%) · 없는 것 143,384대 (27.2%)
- 충전소 기준 — 제한이 하나라도 있는 곳 57,335곳 (56.3%) · 전혀 없는 곳 44,426곳 (43.7%)
16.5%p 차이가 납니다. 같은 데이터인데 단위를 바꾸면 “네 대 중 세 대”가 “두 곳 중 한 곳”이 됩니다. 이유는 제한이 걸린 곳일수록 충전기를 많이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주차장 하나에 열 대를 깔면 제한 걸린 충전기가 열 대 늘지만 지도의 점은 하나만 늘어납니다.
어느 쪽이 맞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묻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지금 갈 만한 곳이 지도에 몇 개 보이나”는 충전소 기준이고, “전국에 깔린 설비 중 내가 쓸 수 있는 몫은 얼마인가”는 충전기 기준입니다. 이 글은 두 값을 모두 적고, 문장마다 어느 쪽인지 밝히겠습니다.
참고로 제한이 하나라도 있는 충전소 57,335곳 중 56,335곳(98.3%)은 모든 충전기가 제한입니다. 즉 “일부만 개방”인 충전소는 1,000곳뿐이라, 충전소 단위로 “여긴 되고 저긴 안 된다”고 갈라도 대체로 맞습니다.
제한은 두 곳에 적혀 있습니다
데이터에는 이용 제한이 두 가지 형태로 들어 있습니다. 하나는 참/거짓 플래그이고(제한 있음 / 없음), 다른 하나는 사람이 적은 문구입니다(“입주민 전용” 같은). 둘을 따로 세면 이렇게 나옵니다.
- 제한 플래그가 켜진 충전기 — 339,290대(64.4%)
- 제한 문구가 달린 충전기 — 374,878대(71.1%)
여기서 이상한 점이 보입니다. 문구가 달린 쪽(71.1%)이 플래그가 켜진 쪽(64.4%)보다 많습니다. 두 값이 같은 것을 가리킨다면 이럴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교차해서 세어 봤습니다.
44,311대는 “제한 없음”이라면서 “외부인 사용불가”라고 적혀 있습니다
- 플래그 켜짐 + 문구 있음 — 330,567대 (62.7%)
- 플래그 켜짐 + 문구 없음 — 8,723대 (1.7%) · 제한이 있다는데 무엇인지 안 알려줍니다
- 플래그 꺼짐 + 문구 있음 — 44,311대 (8.4%) · 여기가 문제입니다
- 플래그 꺼짐 + 문구 없음 — 143,384대 (27.2%) · 진짜로 아무 표시가 없는 쪽
네 번째 줄이 아니라 세 번째 줄을 보셔야 합니다. 제한 플래그가 꺼져 있는데 문구에는 “외부인 사용불가”(12,128대), “해당 시설 정책에 따라 이용이 불가할 수 있습니다”(14,849대), “거주자외 출입제한”(3,901대) 같은 말이 적혀 있습니다.
이게 왜 실제로 중요한가
충전 앱이 “이용 가능한 곳만 보기” 같은 필터를 만든다면, 가장 자연스러운 구현은 플래그 하나를 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만들면 이 44,311대가 “쓸 수 있는 곳”으로 안내됩니다. 전체의 8.4%, 열두 곳 중 한 곳꼴입니다. 반대로 문구까지 읽으려면 아래에서 보실 796가지 표현을 상대해야 합니다.
같은 뜻이 796가지로 적혀 있습니다
제한 문구의 서로 다른 표현이 796종이었습니다. 그런데 읽어 보면 대부분이 같은 말입니다. 가장 많이 나온 여덟 가지만 옮기면 이렇습니다.
- 거주자외 출입제한 — 88,831대
- 시설 상황에 따라 이용이 제한될 수 있음 — 45,008대
- 외부인 사용불가 — 42,440대
- 거주자 외 이용불가 — 34,087대
- 거주자 외 출입제한 — 25,638대 (띄어쓰기만 다른 별개 표현입니다)
- 입주민 전용 — 22,625대
- 해당 시설 정책에 따라 이용이 불가할 수 있습니다 — 20,171대
- 시설 상황에 따라 이용이 제한될 수 있음. — 18,631대 (마침표 하나 차이입니다)
다섯 번째와 여덟 번째를 보시면 이 796이라는 숫자의 성격을 아실 수 있습니다. 띄어쓰기와 마침표가 다르면 다른 표현으로 집계됩니다. 즉 796가지는 796가지 규칙이 아니라, 같은 규칙을 796가지로 적어 놓은 것에 가깝습니다.
문구를 뜻으로 묶으면 그림이 단순해집니다. 문구가 달린 374,878대를 분류하면:
- 거주자·입주민 전용 계열 — 261,107대 (전체의 49.5%, 문구가 있는 것 중 69.7%)
- 조건부·모호 계열 — 94,908대 (전체의 18.0%) · “시설 상황에 따라”, “정책에 따라”처럼 가 봐야 아는 말
- 기타 — 10,862대 (2.1%)
- 차종 전용 — 6,863대 (1.3%) · 전기버스·상용차 차고지 등
- 문구에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적힌 것 — 1,138대 (0.2%)
즉 제한의 절반은 “여기 사는 사람만” 입니다. 아파트·오피스텔 주차장에 깔린 충전기가 많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그 추정을 데이터로 증명하지는 못합니다(충전소 종류 코드의 뜻을 아직 모릅니다 — 아래 “어떻게 셌나” 참고).
지역마다 제한율이 두 배 넘게 차이납니다
제한 플래그가 켜진 충전기 비율을 시·도별로 보면 세종 76.7%에서 제주 34.6%까지 벌어집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 두 배가 넘습니다.
- 제한이 많은 쪽 — 세종 76.7% · 부산 73.6% · 대구 71.0% · 울산 68.9% · 경기 67.8%
- 제한이 적은 쪽 — 제주 34.6% · 강원 52.7% · 전북 53.7% · 경북 57.5% · 광주·전남 59.8%
제주가 눈에 띄게 낮습니다. 제주는 뒤에 나올 다른 축(급속 비중·지하 비중)에서도 혼자 다른 값을 보이는데, 이 글의 데이터만으로 그 이유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또 하나, 지하에 있는 충전기가 지상보다 더 많이 제한됩니다 — 71.1% 대 58.4%입니다. 지하 주차장은 대개 건물 안이고, 건물 안 주차장은 대개 그 건물 사람들 것이니 방향은 납득이 갑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나
충전기를 찾을 때 쓸 수 있는 규칙으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 “제한 없음”이라는 표시를 그대로 믿지 마세요. 8.4%는 플래그가 꺼져 있는데도 문구에 이용 불가가 적혀 있습니다. 상세 문구를 한 번 더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 “시설 상황에 따라”는 모른다는 뜻입니다. 18.0%가 이 계열이고, 가 봐야 알 수 있습니다. 목적지로 삼기보다 대안으로 두세요.
- 아파트·오피스텔 이름이 붙은 곳은 대체로 입주민용입니다. 제한 문구의 69.7%가 거주자·입주민 계열입니다.
- 지하보다 지상이 낫습니다. 제한율이 12.7%p 낮고, 뒤에 적을 이유로 급속일 확률도 훨씬 높습니다.
어떻게 셌나
한국환경공단이 공개하는 전기차 충전소 정보를 전량 내려받아 저장한 것을 그대로 집계했습니다. 2026년 9월 21일 시점에 충전소 101,761곳 · 충전기 526,985대이고, 표본을 뽑거나 보정하지 않았습니다.
전수라는 말을 검증 없이 쓰지 않기 위해, 읽어 들인 행의 수와 데이터베이스가 보고한 전체 행 수가 정확히 같은지 대조했습니다(526,985 = 526,985). 정렬 기준 없이 나눠 읽으면 행이 조용히 빠질 수 있어서, 기본키 순서로 고정해 읽었습니다.
일부러 쓰지 않은 값이 있습니다
원본 데이터에는 충전기 종류·충전소 종류 같은 코드값도 들어 있습니다(예: 충전소 종류 “H001”이 전체의 49%). 이 코드들의 공식 정의표를 아직 확보하지 못해서, 이 글에서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H001은 아마 아파트일 것”이라고 적는 순간 그건 실측이 아니라 짐작이 됩니다. 대신 정의가 필요 없는 값만 썼습니다 — 제한 플래그, 사람이 적은 제한 문구, 출력(kW), 지상·지하 구분처럼요.
이 숫자의 한계
이 데이터는 충전 사업자가 올린 값입니다. 현장에 실제로 붙어 있는 안내문과 다를 수 있고, 제한 문구를 성실히 적은 사업자와 비워 둔 사업자가 섞여 있습니다. 즉 “문구가 없다 = 제한이 없다”가 아니라 “적혀 있지 않다”가 정확한 해석입니다. 27.2%라는 숫자는 그래서 상한이 아니라 하한에 가깝습니다.
또한 삭제 표시가 된 충전기 3,961대(0.8%)도 포함해서 셌습니다. 빼고 세도 비율은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값은 한 시점의 스냅샷입니다. 충전기는 매달 만 대 단위로 늘고 있어서, 몇 달 뒤에는 다시 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