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기가 부족하다”는 말과 “충전기는 이미 많다”는 말이 같이 돌아다닙니다. 둘 다 맞습니다. 세어 보면 대수는 많고 급속은 적기 때문입니다.
전국 충전기 526,985대의 출력을 전부 세어 보니, 50kW 이상은 55,683대(10.6%) 였습니다. 나머지 89.4%는 그보다 느립니다.
한 줄 요약
충전기 열 대 중 아홉 대는 7kW 안팎의 완속입니다. 그리고 충전소 101,761곳 중 77,138곳(75.8%)에는 50kW 이상이 한 대도 없습니다.
출력 분포는 두 덩어리입니다
출력값은 41가지가 나왔는데, 실제로는 몇 개 값에 몰려 있습니다.
- 7kW — 406,294대 (77.1%) · 이 한 값이 전체의 4분의 3입니다
- 3kW — 46,069대 (8.7%)
- 100kW — 24,238대 (4.6%)
- 50kW — 13,457대 (2.6%)
- 11kW — 9,105대 (1.7%) · 200kW — 8,384대 (1.6%) · 14kW — 6,085대 (1.2%)
- 100kW 이상을 다 합쳐도 42,209대 (8.0%)
7kW는 완속의 표준값입니다. 배터리 용량이 70kWh인 차를 0에서 100까지 채운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열 시간입니다. 반대로 100kW라면 같은 계산이 한 시간 아래로 내려옵니다(실제로는 충전 곡선 때문에 후반이 느려지므로 이 계산보다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7kW는 주차하는 동안 채우는 충전기이고, 100kW는 채우러 가는 충전기입니다. 용도가 다른 설비인데 지도 위에서는 같은 점으로 보입니다.
충전소 네 곳 중 세 곳에는 급속이 없습니다
대수가 아니라 장소 기준으로 보면 체감에 더 가깝습니다. 충전소 101,761곳 중 50kW 이상 충전기를 한 대라도 가진 곳은 24,623곳(24.2%) 입니다. 나머지 77,138곳(75.8%)은 완속뿐입니다.
길에서 “충전소가 이렇게 많은데 왜 급속을 못 찾지”라고 느끼신다면, 느낌이 아니라 분포입니다.
뜻밖의 결과 — 2021년을 경계로 급속 비중이 내려앉았습니다
충전기를 설치 연도별로 나누고, 각 연도에 깔린 것 중 급속(50kW 이상) 비중을 세어 봤습니다. 이 글에서 가장 예상 밖이었던 숫자입니다.
- 2017년 설치분 — 6,919대 중 급속 29.1%
- 2018년 — 9,226대 중 29.1%
- 2019년 — 10,358대 중 26.6%
- 2020년 — 10,162대 중 25.2%
- 2021년 — 28,011대 중 15.7%
- 2022년 — 92,134대 중 7.2%
- 2023년 — 112,644대 중 12.4%
- 2024년 — 110,207대 중 9.5%
- 2025년 — 89,681대 중 8.5%
- 2026년 — 57,273대 중 4.2%
해마다 곧게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 2022년 7.2%에서 2023년 12.4%로 한 번 올라갔습니다. 다만 2021년을 경계로 수준 자체가 내려앉았습니다. 2020년까지 깔린 37,035대 중 급속은 27.3%(10,123대) 인데, 2021년 이후 깔린 489,950대 중에서는 9.3%(45,560대) 입니다.
이 숫자를 과하게 읽지 않기
“급속 투자가 줄었다”로 읽고 싶어지지만, 이 데이터로는 거기까지 말할 수 없습니다. 급속 대수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 2017년 2,015대에서 2023년 13,988대가 됐습니다. 내려간 것은 비중이고, 완속이 훨씬 더 빠르게 늘어서 희석된 것입니다. 그리고 설치 연도는 현재 살아 있는 충전기의 연도입니다. 오래된 급속기가 교체·철거되어 사라졌다면 과거 연도의 급속 비중은 실제보다 낮게 보일 수도, 완속이 더 많이 철거됐다면 높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땅에 박혀 있는 충전기를 설치 연도로 줄 세우면 이런 모양”이라는 사실까지입니다.
지역 차이는 3.7배입니다
급속 비중을 시·도별로 보면 제주 26.3%에서 대구 7.1%까지 벌어집니다.
- 급속 비중이 높은 쪽 — 제주 26.3% · 경북 18.9% · 강원 16.8% · 전북 16.3% · 충남 14.0%
- 급속 비중이 낮은 쪽 — 대구 7.1% · 부산 7.2% · 서울 7.6% · 인천 7.6% · 세종 8.0%
대도시가 낮고 그 바깥이 높습니다. 대도시는 아파트 주차장 완속이 대량으로 깔려 분모를 키우고, 이동 거리가 긴 지역은 길가 급속의 몫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 이것은 분포를 보고 세운 가설이며 이 데이터로 증명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수로 보면 이야기가 또 다릅니다. 제주의 급속은 2,309대, 경기의 급속은 13,854대입니다. 비중이 높다는 것과 대수가 많다는 것은 다른 말이라, 여행 중에 쓸 충전기를 찾는 일과 사는 동네의 충전 환경을 따지는 일은 서로 다른 숫자를 봐야 합니다.
어떻게 셌나
출력값은 충전기마다 하나씩 붙어 있는 숫자라, 별도의 계산 없이 526,985개를 그대로 세었습니다. 원본은 한국환경공단의 전기차 충전소 정보이고 2026년 9월 21일에 내려받은 전량입니다. 나눠 읽은 행을 합친 수가 데이터베이스가 보고한 전체 행 수와 같은지 대조했습니다.
급속·완속의 경계는 50kW로 두었습니다. 원본에는 충전기 종류를 뜻하는 코드도 있지만, 그 코드의 공식 정의표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출력(kW)은 코드가 아니라 물리량이라 정의표 없이도 뜻이 확정됩니다. 그래서 이 글은 코드 대신 출력으로 갈랐습니다. 출력값이 비어 있는 434대(0.1%)는 어느 쪽에도 넣지 않았습니다.
이 숫자의 한계
출력값은 사업자가 등록한 정격 출력입니다. 실제로 그 속도가 나오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 여러 대가 전력을 나눠 쓰는 구성이면 표시보다 느릴 수 있고, 차량 쪽 한계가 더 낮으면 충전기 출력과 무관하게 그 한계까지만 들어갑니다. 즉 이 글의 10.6%는 “설비상 급속”의 비율이지 “실제로 빠른 충전”의 비율이 아닙니다.
그리고 50kW라는 경계는 관례적인 선택입니다. 100kW로 기준을 올리면 급속은 8.0%로, 30kW로 내리면 11.0%로 바뀝니다. 경계를 어디에 두든 “대부분이 완속”이라는 결론은 바뀌지 않습니다.